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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리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여정, 디스토피아, 여성서사)

by ggomji 2025. 11. 15.

퓨리오사: 매드맥스사가 영화 포스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2015년 작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강렬하게 등장했던 퓨리오사(퓨리오사 대령)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영화입니다. 조지 밀러 감독 특유의 강렬한 비주얼과 세계관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이번 작품은 퓨리오사라는 여성 캐릭터의 성장과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감정의 서사에 더 집중한 것이 특징입니다. 30대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 그 이상으로, 여성 주체성과 존재의 이유를 되묻는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무력한 소녀에서 전설이 되기까지의 여정

영화는 어린 시절 퓨리오사가 녹색 땅(Green Place)에서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고향과 가족을 잃고, 폭력과 굴욕의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습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자, 정체성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 퓨리오사 역을 맡은 알라야 브라운과 성인 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 모두 눈빛 하나로 깊은 감정을 전달해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저는 퓨리오사의 여정을 보면서 "여성으로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으로, 눈물보다 분노로 자신을 지키는 이 인물은 많은 현실 속 여성들과도 겹쳐 보였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퓨리오사의 모습은 극 중 배경이 아무리 황폐해도 그녀만은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지닌 듯했습니다.

디스토피아의 광기, 그 안에서도 질서를 찾는 인간입니다

《퓨리오사》는 <매드맥스> 시리즈 특유의 미친 세계관을 충실히 계승합니다. 황폐한 사막, 기괴한 탈것, 규칙 없는 폭력의 세계. 이 모든 요소들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그 안에는 묘한 ‘질서’가 존재합니다. 전작보다 스토리에 중심을 둔 이 작품에서는 단순히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닌, 각 캐릭터의 욕망과 목적이 더욱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악역 ‘디멘투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인이지만, 어딘가 찢긴 인간성의 잔재가 느껴지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단지 세상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공허함을 메우려는 듯 행동합니다. 저는 이런 악역들이 오히려 이 디스토피아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미친 세계조차 인간의 욕망으로 구성된 사회라는 점이, 무섭고도 슬펐습니다.

여성 서사로서 퓨리오사의 힘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이 영화가 특히 의미 있었던 이유는, 퓨리오사를 단순한 '여성 액션 영웅'으로 소비하지 않고, 복잡한 감정과 서사를 지닌 인물로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구원자도 아니고, 누군가의 도구도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의 생존과 신념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때로는 잔인함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선택의 반복 속에서 그녀는 점점 더 ‘자기 자신’으로 확립되어 갑니다.

저는 영화 속 강한 여성 캐릭터가 단지 싸움을 잘하거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캐릭터일 때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퓨리오사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며, 이번 작품을 통해 더 깊고 넓게 그려졌습니다. 여성의 분노, 상실, 성장, 그리고 복수가 모두 녹아든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프리퀄 이상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액션, 폭력, 복수로 가득 찬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탐구와 여성 서사의 힘을 놓치지 않습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황무지와 추격 장면들은 시각적 쾌감을 주지만, 그 중심에는 한 인물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묵직한 드라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또 한 번 장르의 한계를 넘었고, 퓨리오사는 이제 단지 전설의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는 하나의 목소리로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의 우리가 왜 싸워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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