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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리뷰 (침묵, 음악, 예술가의고독)

by ggomji 2025. 11. 15.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포스터

 

《세상의 모든 아침》은 프랑스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고요하지만 깊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말보다 음악으로, 사건보다 침묵으로 많은 것을 전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예술가의 삶과 고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 무언가가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30대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소리’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삶의 본질에 가까운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1. 음악은 마음의 언어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는 단연 음악입니다. 주인공 생트 콜롱브는 첼로와 비슷한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는 음악가로, 세상의 모든 소리보다 더 깊은 감정을 음악 안에 담아냅니다. 그는 세속적인 명예나 부를 거부하고, 오로지 음악과 고요한 삶에 집중합니다. 그의 연주는 기술적인 화려함이 아닌, 삶의 고통과 상실, 사랑과 후회를 그대로 품고 있기에 더욱 깊이 울립니다.

저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감상보다는 소비하는 느낌으로 음악을 대했던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음악이 마음을 전하는 진짜 언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말보다 더 진실하게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예술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감정의 공간입니다

이 영화는 침묵이 많습니다. 대사도 적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시선, 몸짓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그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요함 안에 감정의 파동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슬픔 속에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제자인 마랭 마레와의 관계 속에서도 직접적인 표현보다 묵묵히 감정을 품는 방식이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어떤 순간엔 침묵이 더 많은 위로가 되는 때가 있죠. 저도 누군가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 영화의 침묵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워둠’이 전하는 감정의 깊이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3. 예술가의 고독은 외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생트 콜롱브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연과 음악 속에서 살아갑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궁정에서의 음악 활동도 거절하며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지켜갑니다. 그는 세상이 원하는 음악이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진실한 삶을 위해 감내하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30대가 되고 나니, 이런 고독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세상의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마주하는 시간. 그것은 외면이 아니라, 회복이고, 성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예술가의 삶을 통해 그런 ‘고요한 저항’을 보여주며,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사는 ‘자기만의 시간’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갈등 없이도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소리 없는 소리’를 통해 예술, 상실, 고독,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지금, 이처럼 느리지만 단단한 작품을 만난 건 저에게도 큰 위로였습니다. 삶이 흔들릴 때, 이 영화처럼 조용한 음악과 침묵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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