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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리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여름, 진심, 첫사랑)

by ggomji 2025. 11. 15.

콜미바이유어네임 영화 포스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1980년대 이탈리아 여름, 찬란하고도 아릿한 첫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한 소년과 한 남자의 짧은 시간 속 진심 어린 교감을 담은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성장, 자기 발견, 그리고 잃어버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0대 여성의 시선에서 이 영화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감정의 온도와, 그 시절만의 맑고 복잡한 감정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름 한철의 기억이 평생을 감싸는 경험, 그 감정을 이 영화는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여름: 사랑의 속도

이 영화의 무대는 북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입니다. 햇살은 눈부시고, 나무는 짙푸르며, 사람들은 느릿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 풍경 안에서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대학원생 올리버가 만납니다. 둘의 관계는 단번에 불붙지 않습니다. 엘리오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하고, 올리버는 조심스러우며, 그 둘 사이의 거리감은 ‘사랑의 예열’처럼 천천히 이어집니다.

특히 저는 두 사람이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있는 장면들에서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이 흐른다고 느꼈습니다. 한여름의 열기처럼 은근히 끓어오르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용기. 사랑은 때로 고백보다 기다림이 더 깊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여름이 한 번쯤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심: 당신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이보다 더 진심일 수는 없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를 부를 때, 자기 이름 대신 상대방의 이름을 쓰는 장면에서 비롯됩니다.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이 대사는 단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 안에 머무르고 싶은 감정의 극치를 말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애정이 아닌, 하나가 되고자 하는 깊은 몰입입니다.

30대가 된 지금, 저는 이 장면이 얼마나 순수하면서도 절절한 고백인지 더 깊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던 적, 상대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고 싶었던 순간. 그런 마음을 영화는 섬세하게, 아주 조용하게 보여줍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말없이도, 잔잔하게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첫사랑의 끝, 이별이 아닌 성장

여름이 끝나고, 올리버는 떠납니다. 엘리오는 홀로 남겨지고, 영화는 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서 울음을 참는 장면은 관객의 심장까지 조용히 흔듭니다. 그저 응시하는 눈빛 속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고, 그 긴 샷은 엘리오의 성장통을 관객이 함께 견디게 만듭니다.

부모님의 태도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건넨 대사는 성숙하고 따뜻했습니다. “사랑했다면, 그것을 잊지 마라. 그 기억은 너의 일부다.” 라는 말은, 첫사랑을 상처로만 남기지 않게 만드는 어른의 지혜였습니다. 30대가 된 저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고였습니다. 사랑은 언젠가 끝나더라도, 그 감정은 우리를 자라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격정적이거나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신 한 여름의 시간 속에서 피어났다가 사라진, 그러나 절대로 잊히지 않는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엘리오의 눈을 통해, 우리는 첫사랑의 아름다움과 아픔, 그리고 성장을 모두 경험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 남긴 흔적이 얼마나 깊고 조용하게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에겐 이 영화가, 사랑 그 자체보다 더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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